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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뛰어넘는 연구인력 양성 위해 33년 간 교육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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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뛰어넘는 연구인력 양성 위해 33년 간 교육에 매진”

한의학 발전 위해 제자들 국내외 유명 연구실로 내쫓으며 가르쳐
타 분야 전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후배들 모습에 보람
“한의대 교육 변화에 공감…기존 내 것을 내려놓는 마음 필요”
<제16회 동의보감상>에 선정된 경희대 한의대 이혜정 교수

[편집자주] 산청한방약초축제위원회(위원장 임종식)는 최근 제16회 동의보감상 학술부문 수상자로 이혜정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를 선정했다. 그는 침구경락학 기초연구를 위한 실험실을 처음으로 만들고, 한의학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평생 노력해 온 인물로 제8대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교수의 수상 소감과 함께 미래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혜정교수.jpg

 

Q. <제16회 동의보감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은?

 

젊은 시절 한 때 써클 선후배들과 함께 모여, 향후 인류의 새로운 시대가 오면 미래첨단의학의 선봉에 우리 한의학이 동참하려면 뭐가 가장 시급할까 대화했던 적이 많았다.

 

머지않아 교수가 되면서 한의학의 과학성 규명과 한의치료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미래인재 양성 및 과학적 연구역량 제고가 큰 숙제구나 생각하게 됐다. 이를 유념하면서 평생 연구와 교육 현장을 지켜왔다. 이번 동의보감상 학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됨이 그러한 작은 노력에 대한 격려의 박수인 듯싶다. 용기와 함께 큰 위로와 감사를 느낀다. 동의보감상을 통해 일선의 많은 연구자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를 해주신 주최 측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Q. 지난 33년간 교육자로서의 삶에 점수를 매긴다면?

 

교수가 되면 ‘맨 처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었다. ‘침구경락학 기초연구 실험실을 만들자’였다. 한의학 석박사 논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실험논문작업을 의과대학에 의뢰하고 있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자 대학원과정도 만들어지고, 연구하겠다고 조교로 남는 제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더 세월이 흘러 국내외 중대형연구과제(한국 BK, SRC, 미국 NIH 등)들을 운영할 기회도 갖게 됐다. 하지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적 연구인력 양성이었다. 그래서 제자들이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포닥 과정을 위해 국내외 유명 연구실로 내쫓아 보내곤 했다.

 

그 결과 현재 많은 제자들이 전 세계 학자들과 어깨를 겨루며 전국 각 대학 및 연구소 등에서 강의 및 학술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침구경락분야 연구업적에 있어서도 세계 탑 랭킹수준에 들어와 있는 제자가 여럿 있다. 척박한 연구환경 시절부터 내가 열심히 가르친다는 생각보다 더 열심히 잘 할 제자 양성에 치중을 했다. “그동안 모두들 수고했다”며 “앞으로 더 노력하자”는 격려와 다짐의 의미로 내 자신과 제자들을 한데 묶어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Q.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을 비롯한 여러 중책들도 역임했다. 그 중 보람찼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꼽아 달라.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2014년부터 3년간은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이를 전후해 정부의 크고 작은 위원회에서 서양 의과학 및 과학기술 정책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수립·토론·심의·평가 업무에 한의학 대표로서 참여한 경험도 많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대학 연구현장 경험과 지혜를 살려, 국내외 의료계 분야의 리더십 반열에 우뚝 서는 한의학이 되도록 후배들의 한의치료기술개발 및 연구 역량을 제고시킴에 무게 중심을 두려 노력했다.

 

여러 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한의학 울타리 바깥 세계를 조명해보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혜안이 생겼다는 점에 보람을 느꼈다. 한의학이 제도권 안의 어엿한 성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우리 후배 연구자들이 타 분야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과학기술계에 꼭 필요한 역할과 위치를 점하며 도전해나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도 보람이었다.

 

또한 여러 대외활동들을 통해 만들어진 인맥, 조직, 경험들이 미래 융합시대를 맞아 든든한 협력의 동지로 발전해 또 다른 꿈을 꾸어볼 수 있음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어느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청사진을 만들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에는 제반 시공간적·물질적 여건들이 너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때때로 좋은 기획과 열정들이 미처 열매를 보지 못한 채 시간과 에너지의 큰 소모로 이어지거나, 장기간의 안목을 가지고 깊고 넓게 파고 들어가기보다 ‘이런 일을 시도해봤다!’는 식의 변죽만 울리고 끝낼 수밖에 없던 점은 아쉽다.

 

Q. 한의학이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이미 대중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론 배경을 모두 갖추고 있다. 육체의 질병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고 마음도 함께 다스리며, 삶 전체를 대상으로 섭생, 예방, 진단 및 치료의 원리가 함께 다뤄지는 장점이 있다. 또 자연과 영합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유도해주는 점, 바로 이것이 서양의학과 차별화되는 한의학의 장점이기도 하다.

 

서양의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첨단정밀의학, 개인맞춤의학도 바로 이와 유사하다. 하지만 한의학은 이미 이론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오랫동안 다져온 경험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가지고 미래시대에 맞는 국민의학으로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할 때다.

 

특히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의학의 우수성을 이미 잘 알고 체험해왔다. 삶 전체에 기반한 ‘보살핌의 논리가 보다 더 확장된 진료영역’을 통해 더욱 큰 친밀감과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동시에 급물결처럼 도래될 AI 시대에 대비하고 감염병 등과 같은 새로운 질병모형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한의학적 해석과 방법론 구축을 서두름으로써 ‘100세 시대 치료의학’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Q. 한의 교육계의 ‘대모(代母)’로서 한의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짚는다면?

 

나에게도 존경하는 은사님들이 많이 계시는 만큼 대모는 아니다, 현재의 제 주소가 원로정도의 수준은 되겠다. ‘교육’이라 함은 당장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삶을 담보로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키워줘 해당분야의 전문가로 만들어 줌을 전제로 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 종사자게는 타임머신을 탄 듯 미래시대를 제대로 점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지금 각 대학들이 한의학교육의 개혁과 변화를 위한 몸살을 겪고 있다. 세계화라는 주제 하에 많은 한의사들, 연구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국제적 활동을 펼치면서 우리 한의학의 현주소를 여실히 체험하고 있다. 한의학 교육 내용과 방향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한의학이 시대적·학문적 변화와 발전의 물결에 얼마나 잘 영합해왔는지, 지구환경이나 질병 양상의 변화 등에 얼마나 재빠르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빗대 본다면 바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짐작컨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거의 99% 찬성 동의할 거라 본다. 이제 남은 일은 교육을 담당한 모두가 이타적인 열린 마음, 기존의 내 것을 내려놓는 마음으로 변화와 개혁의 현장에 임해야한다.

 

결국 한의학교육 개혁의 주체는 대학현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다. 충실하고 수준 높은 교육 내용으로 미래의 한의사 및 한의학자들을 제대로 양성시켜 줌으로써 이들이 향후 미래 한의학 임상과 교육현장을 지켜내도록 개혁의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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